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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이라니?]

 

남자는 나를 비웃듯 미소짓는다.

 

[걱정마라. 그 오카마 사장한테는 허락을 받았으니까.]

 

 

 

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댔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어떤 감각도 주지 못하고,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한다.

 

[봐. 내가 너한테 뭔가 해를 끼칠 수는 없어. 그 오카마는 너를 완전히 지키고 있고, 내 능력의 근원도 그 오카마가 쥐고 있다고. 지금 나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야.]

 

 

 

나는 뒷걸음질쳤다.

 

[나한테 뭘 들려주고 싶은데?]

 

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 앉았다.

 

 

 

[아까 말했잖아. 사건의 전말에 관해서 말야. 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 너한테는 모든 걸 알 권리가 있어.]

 

확신은 없었지만, 남자가 나를 해치려 하는 건 아닌 듯 했다.

 

확실히 나도 이 기나긴 소동이 시작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 마음 한구석의 안개를 없애고 싶었다.

 

[좋아. 그럼 들려줘. 사건의 전말이라는 걸.]

 

[그래야지. 안 그러면 괜히 찾아온 보람이 없잖아.]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바닥에 버린 후 발로 짓이겨 끈다.

 

[처음 널 만난 건 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타루에 왔을 때였어. 투어였나? 뭐 그런 걸 하러 왔었지? 나는 우연히 오타루에 일이 좀 있어서 와 있던 터였고. 바로 그때 여동생 나나코가 너에게 주목한거야. 왜냐하면 너는 나나코에게 부러운 존재였으니까. 마치 빛을 보고 끌리는 날벌레들처럼, 나나코는 너한테 완전히 빠져서 씌어버린거지.]

 

나는 곤혹스러웠다.

 

 

 

[왜 난데? 나한테서 뭐가 그렇게 부러웠길래?]

 

[네 안에서는 따뜻한 가족끼리의 유대감이 느껴졌어. 그게 나나코한테는 진심으로 부러웠던거야. 우리 가족은... 말하자면 똥통 같은 존재였지. 특히 나나코는 쓰레기 같은 아버지한테 시달렸어. 입에 꺼내기도 역겨운 일이지. 친부가 자기 딸을 성노리개로 삼다니. 게다가 그 자식은 극단적인 새디스트였어. 정말 심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이 안 될 정도였지.]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도 인간쓰레기였다.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보면서도 모른 척 했으니까. 어머니는 옛날옛적 돌아가셨고. 여동생 입장에서는 의지할만한 사람이라고는 나 뿐이었을거야. 하지만 난 그걸 무시했어. 솔직히 말해 귀찮았으니까. 나한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고. 나나코한테는 절망적이었겠지. 그 녀석, 혼자 경찰서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빌기까지 했어.]

 

[자, 잠깐 기다려 봐!]

 

나는 남자의 말을 막았다.

 

 

 

[왜, 기분 나쁜가? 그렇겠지. 이런 똥통 같은 더러운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나 그럴테니.]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까 전까지 사람을 비웃듯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은, 이제 깊은 바다처럼 차갑게 식어있다.

 

 

 

나는 이야기의 내용보다, 남자의 표정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괜찮을까? 계속 말해도?]

 

나는 아무 말 없이 동의했다.

 

 

 

가능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주의하면서.

 

[나나코는 경찰한테 도움을 구했지만 모두 무시당했어. 아버지는 인간 쓰레기였지만 정신과 의사로서는 엘리트였거든. 경찰과도 협력관계가 있었고, 경찰 간부랑도 사이가 좋았지. 나나코를 만난 경찰관은 모두 인격적으로 나나코를 부정하고 되돌려보냈어. 더욱 절망한 끝에, 나나코는 결국 마음에 병이 생겨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그것도 아버지 병원에.]

 

남자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말을 이어가다.

 

 

 

[거기서도 나나코는 혹독한 취급을 당했어. 경찰한테 신고해 자신을 배신하려 했다며, 아버지는 나나코를 용서하지 않았지. 담당 간호사에게 명령해 매일 나나코를 때리게 했어. 믿을 수 있냐? 그걸 시킨 게 친아버지라는 걸. 그리고 나나코는 자살했어. 어디선가 가져온 로프로 목을 매서. 그제야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

 

아무 말 없이,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의 가족과 나의 가족.

 

 

 

마치 정반대에 놓인 가족처럼 느껴졌다.

 

[나나코는 자살한 후, 이 세상을 떠돌다 내게 왔어. 나나코에게 재능은 있었지만 나같은 능력은 없었지. 그러니까 내게 복수를 하겠다며 말을 걸어온거다. 협력하라고.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나나코가 죽고 나서야 깨달음 감정 앞에 저항할 수 없었어. 나는 나나코를 사랑하고 있던거야. 완전히 제멋대로인 소리지만.]

 

잠시 말을 쉰 후, 남자는 입을 열었다.

 

 

 

[나는 나나코를 도와 아버지와 경찰관, 간호사를 죽였어. 그걸로 나나코가 만족할 줄 알았지. 하지만 틀렸어. 나는 영혼에 관해 어중간하게 알던 것에 불과했던거야. 아무리 복수를 이루어도 이미 나나코는 죽은 존재인데. 내 눈앞에 나타난 악령이 된 나나코는, 나나코이면서도 나나코가 아니었던거야. 단순한 정념의 덩어리였지. 그게 만족해서 사라질리가 있겠나. 나는 낙담했어. 아버지까지 포함해 셋이나 죽였는데, 그저 나나코의 형태를 한 악령이 늘어났을 뿐이니까. 바로 그때 네가 나타난거야.]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단순한 복수의 감정만을 가지고 있던 나나코였는데, 너한테는 매력을 느꼈어. 나한테는 놀라운 일이었지. 혹시나 하고 희망마저 느꼈고. 하지만 나나코는 죽었잖아. 평범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을리 없지.]

 

 

 

[그래서 나를 죽이려 했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집어쳐!]

 

[그래,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소리지. 하지만 그때 나한테는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어. 너와 함께 있으면 나나코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냥 죽이는 거라면 너는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었을텐데? 왜 서두르지 않았지? 왜 그렇게 어렵게 빙빙 돈거냐고?]

 

나는 남자에게 따졌다.

 

남자의 표정은 그대로다.

 

 

 

[단순히 그냥 죽여봐야,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아. 곧바로 사라져버리지. 괴롭히고, 궁지에 몰고, 불합리하다고 느끼게하면서 비로소 영혼은 강한 정념을 가지게 되고, 죽어서도 이 세상에 머물게 되는거다. 나는 네가 영원히 나나코와 함께 하길 바랐으니까.]

 

남자의 말을 듣자, 온몸이 벌벌 떨렸다.

 

[홋카이도에서 돌아온 후 너는 교통사고를 당해 큰 상처를 입었지? 그것도 내가 한거다. 너희 회사 인사부장 뇌속에 침입해 너를 해고시켰던 것도 나고. 왼팔만 낫지를 않았지? 그것도 내가 했다. 그 외에도 너한테 이것저것 괴롭도록 온갖 장치를 쳤었지.]

 

 

 

나는 떨리는 주먹을 억눌렀다.

 

[때려도 괜찮아. 이 지경인데도 참는건 월급쟁이하면서 생긴 슬픈 근성 때문인가?]

 

나는 남자의 왼뺨을 온힘으로 때렸다.

 

 

 

남자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뭐... 한대 정도는 맞아줘야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앉았다.

 

 

 

나는 분노 때문에 온몸이 뜨거워진 기분이었다.

 

[진정하라는 건 무리겠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다오. 나는 너한테 감사하고 있어.]

 

[감사라고?]

 

 

 

[마지막에 너와 나나코가 함께 있었을 때... 그때 나는, 오카마의 부하놈한테 제압당해 바닥에 짓눌려 있었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오카마가 시켜서 너희를 보고 있었지. 그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어. 기적을 봤으니까. 단순한 복수의 정념이었던 나나코는 거기 없었어. 너도 봤지? 그 아이가 진짜 나나코야. 생전의 나나코였다고. 그 아이는 그냥 연약한 여자아이였어. 그게... 진짜 나나코였다고. 나는 울었어. 기적을 보면서, 그저 아이처럼 울 수밖에 없었어. 처음에는 빛을 보고 끌리는 날벌레처럼, 나나코는 그저 네게 매력을 느꼈을 뿐이었어. 하지만 어느샌가 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어버렸던거야.]

 

나는 떨리는 주먹을 내리고, 입을 다물었다.

 

[너도 희미하게는 깨닫고 있었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깊은 바다 같은 차가움은 사라져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 여자의 얼굴을, 나는 떠올렸다.

 

깨닫고 보니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울어주는거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너는 정말 상냥하구나. 너를 그렇게까지 괴롭힌 나나코를 위해 울어주다니. 너는 정말 완고한 놈이었어. 뭘 하나 할때마다, 나는 네 용기에 감탄했었으니까.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그런거겠지. 지금이라면 나나코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우리는 사랑에 굶주려 있던거야. 정말로 네가 부럽다. 나나코는 살아있을 적, 한번도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어. 이런 모습이 아니라 나나코가 살아있던 때 너와 만났더라면... 너처럼 나에게도 용기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텐데...]

 

 

 

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나나코도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어.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 나나코도 지옥에 떨어졌어. 그 녀석은 다시 태어나더라도 또 괴로운 인생을 보내야만 하겠지. 하지만... 만약, 네가 그 녀석을 다시 만난다면, 그 때는...]

 

남자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등을 돌린다.

 

[...미안하다. 제멋대로인것도 정도가 있지...]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그 등에는 슬픔이 비치고 있었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1007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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