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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를 좋아하고 겁도 없는 내가, 완전 얕보고 사연 많은 집에 들어가 산 적이 있다.

 

집은 역에서 10분 거리인데다, 2LDK에 월세가 3만 5천엔이었다.

 

주변 시세의 반값이었다.

 

 

 

부동산에 찾아가 사연이 있어서 집값이 싼 데가 있냐고 묻자 알려준 곳이었다.

 

진짜로 귀신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세입자가 들어가는 족족 도망쳐 나오는 바람에, 보증금이랑 사례비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고 하기에 바로 OK했다.

 

 

 

짐은 최소한으로 챙겨 입주했다.

 

혹시나 하면 바로 도망칠 수 있게.

 

골판지 상자로 2박스 분량이었다.

 

 

 

아래부터는 그 집에 들어가 산 날부터 쓴 기록이다.

 

모든 기록은 다음날 썼다.

 

 

 

첫날 : 별다른 문제 없음. 화장실 전구가 나갔다.

 

둘째날 : 방안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 (뭔가 썩은 것 같은 냄새다.) 화장실 전구를 갈았다.

 

셋째날 : 냄새가 더 심해졌다. 방향제를 잔뜩 사왔다. 화장실 전구가 또 나갔다.

 

넷째날 : 방향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화장실 전구는 또 나갔다. 생애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다.

 

다섯째날 : 부동산 아저씨가 상태를 보러 찾아왔다. 우선 하수도 청소를 의뢰해주겠단다. 전구가 멀쩡하다는 걸 확인했다. 왜 계속 꺼지는건가 매장에 찾아가 문의했다. 이상 없단다. 또 가위에 눌렸다. 이명이 심하다.

 

여섯째날 : 직장에서 말 한번 한 적 없는 사무원이 [당신 뭐에 씌인 것 같아요.] 라고 말해왔다. [나도 알아요.] 라고 대답했다. 방안에 있으면 이명이 들린다. 방은 냄새가 난다. 화장실 전구는 또 나갔다.

 

 

 

일곱번째날 기록은 친가에 돌아와서 썼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일주일만에 그 집에서 나왔다.

 

 

 

시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자던 도중 가위에 눌려 정신을 차렸다.

 

눈을 감고 있을 터인데 앞이 보인다.

 

시야 아래 쪽에서 얼굴이 나왔다.

 

눈을 감고 있기에 그 모습을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아마 젊은 여자일 것이다.

 

눈은 없다.

 

입을 벌리고 다가온다.

 

물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왜 죽였어?]

 

말을 할 수 없기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그러다 정신을 잃었다.

 

아침, 눈을 뜨고 짐을 정리해 그 집에서 나왔다.

 

 

 

부동산 아저씨 말로는 자살을 했더란다.

 

짐을 빼고 다시 물어봤지만, 역시 자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집에서 나가겠다니 역시나 싶었던지 코웃음을 쳤다.

 

 

 

바보 같은 나는 그 즉시 경찰서에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협조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1011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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